Category: Journal

  • 오늘도 바쁜 하루 #3

    보이지 않는 일은 정말 일이 아닐까?

    오늘 회사에서 팀 미팅이 있었다.

    각자 현재 맡고 있는 정기 업무와 진행 중인 Task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내 차례가 끝나고 나서 매니저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러면 하루 절반은 뭐 하는 데 쓰나요?”

    순간 조금 당황했다.

    솔직히 기분도 좋지 않았다.

    아마 그 질문 자체보다도,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이 전부 생략된 채 현재의 결과만 보고 평가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숫자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Power BI 대시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SQL을 작성해야 한다.

    원하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으면 SQL을 수정한다.

    데이터가 맞는지 검증(Validation)을 한다.

    대시보드를 만든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다시 수정한다.

    결과가 맞는지 또 검증한다.

    Publish를 하고 나면 또 사용자의 피드백이 들어온다.

    그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렇게 몇 주를 투자해서 만든 대시보드는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오히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요즘은 대시보드 수정도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순간,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시행착오들은 보이지 않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개발자에게도 흔한 일인 것 같다.

    자동화를 만들면 일이 줄어든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면 문제가 줄어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이 줄어들수록

    “그래서 지금은 뭐 하고 있나요?”

    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조용히 잘 돌아가는 시스템은 오히려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집에 오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단순히 질문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동안 들였던 노력과 시간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매니저 입장에서는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했을 수도 있다.

    의도가 나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질문을 들은 나는 내 업무의 절반이 설명되지 못한 채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나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대시보드가 잘 돌아가는 것도,

    데이터가 정확하게 나오는 것도,

    사용자들이 문제없이 사용하는 것도,

    사실은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다.

    그 과정을 내가 스스로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조금 씁쓸했지만, 한 가지는 배웠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앞으로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조금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도 내가 걸어온 길을 잊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 하루였다.

    내일은 글랜브룩에서 달린다.

    복잡했던 머릿속도 숲길을 달리다 보면 조금은 정리되지 않을까.

  •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는 하루

    오늘도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했다. 어젯밤에는 블로그를 처음 열고 첫 글을 올린 뒤, 어떻게 꾸며야 할지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WordPress를 처음 접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이번 주는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출퇴근만큼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차 안에서는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홈부쉬 오피스로 출근했다. 요즘은 회사에서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 사실 최근에는 주말에도 잠깐씩 업무를 보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주말까지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10~20분 정도만 투자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급한 일만 정리해두니, 이상하게도 월요일 아침이 훨씬 가벼워졌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면 늘 걱정을 한다 ㅎㅎㅎ

    그래도 나에게는 월요일을 조금 더 편하게 시작하는 작은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캔버라 팀에서 새로운 요청이 들어왔다. Power BI 대시보드를 하나 만들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샘플 데이터만 하나 보내주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가끔은 사람들이 대시보드가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줄 아는 것 같다.

    “데이터 있으니까 금방 되죠?”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주말 동안 블로그를 만들면서 문득 2년 전이 떠올랐다. 이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Power BI를 전혀 몰랐다.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하나씩 부딪혀가며 배웠다. 때마침 AI가 나와서 이 팀에서 살아 남을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른 팀에서 대시보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 단계까지 왔다.

    조금은 뿌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매일 느낀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 알게 되면 또 다른 기능이 나타나고, 하나를 익혔다고 생각하면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한다.

    그래서 이 일이 아직도 재미있는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되어 아내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니 집에 먼저 갔다가 다시 오라고 했다.

    이미 절반쯤 와버린 상태라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전 11시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됐는데, 오후 4시까지 계속 회의를 하고 있었고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한다.

    차를 세워두고 기다렸다.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아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애매했다.

    한참 뒤에야 회의가 끝났고, 지친 얼굴의 아내를 만났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주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걸로도 충분히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오늘은 운동을 쉬기로 했다.

    남은 김밥과 너구리 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빨래를 돌리고, 드라마 한 편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재택근무다.

    내년부터는 재택이 없어진다고 한다. 아침에 여유롭게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참 좋았는데, 조금 아쉽다. 세상도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오늘 아내를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계속 오르막길만 있다면 과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날은 힘차게 올라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발을 헛디뎌 한참을 미끄러지기도 한다.

    때로는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것 같고,

    또 어떤 순간에는 평지를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를 때도 있다.

    지금의 우리는 아마 그 평지 위에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갈 힘을 모으는 시간.

    지난주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또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

    오늘도 하루를 잘 버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