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했다. 어젯밤에는 블로그를 처음 열고 첫 글을 올린 뒤, 어떻게 꾸며야 할지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WordPress를 처음 접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이번 주는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출퇴근만큼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차 안에서는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홈부쉬 오피스로 출근했다. 요즘은 회사에서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 사실 최근에는 주말에도 잠깐씩 업무를 보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주말까지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10~20분 정도만 투자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급한 일만 정리해두니, 이상하게도 월요일 아침이 훨씬 가벼워졌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면 늘 걱정을 한다 ㅎㅎㅎ
그래도 나에게는 월요일을 조금 더 편하게 시작하는 작은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캔버라 팀에서 새로운 요청이 들어왔다. Power BI 대시보드를 하나 만들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샘플 데이터만 하나 보내주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가끔은 사람들이 대시보드가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줄 아는 것 같다.
“데이터 있으니까 금방 되죠?”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주말 동안 블로그를 만들면서 문득 2년 전이 떠올랐다. 이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Power BI를 전혀 몰랐다.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하나씩 부딪혀가며 배웠다. 때마침 AI가 나와서 이 팀에서 살아 남을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른 팀에서 대시보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 단계까지 왔다.
조금은 뿌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매일 느낀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 알게 되면 또 다른 기능이 나타나고, 하나를 익혔다고 생각하면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한다.
그래서 이 일이 아직도 재미있는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되어 아내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니 집에 먼저 갔다가 다시 오라고 했다.
이미 절반쯤 와버린 상태라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전 11시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됐는데, 오후 4시까지 계속 회의를 하고 있었고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한다.
차를 세워두고 기다렸다.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아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애매했다.
한참 뒤에야 회의가 끝났고, 지친 얼굴의 아내를 만났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주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걸로도 충분히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오늘은 운동을 쉬기로 했다.
남은 김밥과 너구리 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빨래를 돌리고, 드라마 한 편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재택근무다.
내년부터는 재택이 없어진다고 한다. 아침에 여유롭게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참 좋았는데, 조금 아쉽다. 세상도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오늘 아내를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계속 오르막길만 있다면 과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날은 힘차게 올라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발을 헛디뎌 한참을 미끄러지기도 한다.
때로는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것 같고,
또 어떤 순간에는 평지를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를 때도 있다.
지금의 우리는 아마 그 평지 위에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갈 힘을 모으는 시간.
지난주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언젠가는 또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
오늘도 하루를 잘 버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