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와이프랑 트레일 러닝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로얄내셔널파크 안쪽 와타몰라 비치. 주중 내내 오다 그친 비 덕분인지 하늘이 정말 끝내줬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에서부터 저 멀리 바다가 파랗게 열려 있었고, 그걸 보는 순간 이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리니 공기가 적당히 차가웠다. 여름처럼 눅눅하지도, 겨울처럼 시리지도 않은 딱 그 정도. 달리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온도였다.

오늘 코스는 와타몰라에서 출발해 게리 비치 쪽으로 넘어간 다음, 리틀 게리 비치까지 들어갔다 오는 길이었다. 해안 절벽을 따라 놓인 데크와 돌계단을 번갈아 오르내리는 구간이 계속 이어졌다. 왼쪽으로는 내내 바다가 반짝였다. 비 온 뒤라 덤불도 초록이 진하게 살아 있었고, 절벽 아래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계속 따라왔다.

게리 비치에 내려섰을 때는 텅 빈 모래사장에 우리 발자국만 길게 찍혔다. 그 순간만큼은 이 넓은 해변이 통째로 우리 둘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솔직히 힘들었다. 갈 때 신나게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와야 했으니까. 끝도 없이 나오는 오르막 계단 앞에서는 다리가 무거웠다. 그래도 고개를 들 때마다 펼쳐지는 경치가 그 힘듦을 계속 상쇄해줬다. 다리가 아프다가도 능선에 올라 바다가 확 트이면 또 괜찮아졌다.

기록을 보니 18.2km, 3시간, 누적 상승 564m. 평소 로드 러닝보다 페이스는 한참 느렸지만, 이런 코스는 숫자로 볼 게 아니다. 트레일을 하면 걷다 뛰는걸 반복할수 있어서 로드 러닝보다 마음이 더 편하다. 다 뛰고 나니 와이프도 나도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 기분이었다.

한 주 내내 회사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이렇게 몸을 쓰고 좋은 걸 눈에 담고 나면 이상하게 다시 리셋이 된다. 주말마다 한 번씩 자연 속에서 달릴 수 있다는 것, 요즘 내가 누리는 가장 큰 사치 중 하나인 것 같다.
다음엔 조금 더 멀리 가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