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다섯 번 뛰었고 총 62.46km를 달렸다. 시간으로는 약 6시간 56분.
숫자만 보면 알찬 한 주지만, 실제로는 실수 하나와 그 실수를 안고 끝낸 트레일 25km에 대한 이야기다. 순서대로 적어본다.
| 날짜 | 내용 | 거리 | 페이스 | 느낌 |
|---|---|---|---|---|
| 8/11 (화) | 저녁 러닝 | 10.81km | 5:26/km | 좋았음 |
| 8/12 (수) 낮 | 베이런 (첫 코스) | 7.25km | 6:23/km | 편했음 |
| 8/12 (수) 오후 | 뉴잉턴 왕복 | 10.02km | 6:39/km | 무거웠음 |
| 8/15 (토) | 셰이크아웃 | 9.41km | 6:23/km | 여전히 무거웠음 |
| 8/16 (일) | 글렌브룩 트레일 | 24.97km | 3h05m / +535m | 완주 |
화요일 — 무너진 다음의 10km
8월 2일에 1년 만에 30km를 뛰었다가 몸이 무너진 적이 있다. 15km부터 삐걱거렸고 24~25km에서는 팔다리에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3시간 24분, 6:46/km. 완주는 했지만 몸에 남은 기억은 붕괴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9일 뒤, 퇴근하고 저녁에 나갔다. Wentworth Point에서 출발해 Homebush Bay Drive를 따라 내려갔다가 Sydney Olympic Park를 크게 돌아오는, 늘 뛰던 코스다.
10.81km, 58분 39초, 5:26/km.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중간에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았고 다음 날까지 남는 피로도 없었다. 10km를 5분 30초 안쪽으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번 주에 가장 잘 뛴 러닝이었다. 그리고 이 뒤로는 계속 내려갔다.

수요일 낮 — 처음 가본 베이런
수요일에 하루 쉬었다. 오전에 밀린 볼일을 처리하고 버큰헤드 포인트(Birkenhead Point)에 들러 잠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 즈음, 와이프와 함께 베이런(Bay Run)에 나섰다. 이름만 수없이 들었지 실제로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아이언 코브(Iron Cove)를 한 바퀴 도는 약 7km 순환 코스다. Drummoyne, Rodd Point, Leichhardt, Lilyfield를 지나며 물을 계속 옆에 두고 달린다. 시드니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유를 뛰어보고 알았다.
- 신호에 끊기지 않는다. 한 바퀴 도는 동안 멈출 지점이 거의 없다.
- 거리 계산이 쉽다. 한 바퀴 7km 남짓이라 두 바퀴면 14km, 세 바퀴면 하프에 가깝다.
- 경사가 완만하다.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좋다.
날씨는 좋지 않았다. 비가 오고 쌀쌀했다. 출발 전에는 “이럴 거면 그냥 집에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뛰니 나쁘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사람이 적어 코스가 한산하고, 체온이 쉽게 오르지 않아 오히려 페이스 유지가 편하다. 시드니의 겨울 러닝은 이런 날씨를 피하기 시작하면 뛸 수 있는 날이 확 줄어든다.
7.25km, 46분 18초, 6:23/km.
같이 뛰는 러닝이었고 처음 가보는 코스였으니 기록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문제는 끝나고 남은 생각이었다.

“조금 모자란데 ㅋㅋㅋ. 더 잘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요일 오후 — 아쉬움이 만든 10km
오후 늦게 와이프가 치료 마사지 예약이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고, 낮에 남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나갔다.
Wentworth Point에서 Sarah Durack Avenue를 따라 Newington 쪽으로 내려갔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
10.02km, 1시간 6분, 6:39/km.
결과부터 말하면 몸이 정말 무거웠다. 낮에 뛴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았다. 아쉬워서 나간 러닝인데 낮보다 16초 느렸다.
이날 하루 총 17.27km. 숫자로는 알찬 하루다. 그런데 뛰는 내내 든 생각은 “이게 훈련이 맞나”였다.
8월 2일에 무너진 이유와 같은 패턴이다. 그때는 주중에 못 뛴 걸 주말 3일에 몰아서 채우려다 망쳤다. 이번엔 낮에 아쉬웠다고 몇 시간 뒤에 바로 채우려 했다. 규모만 다를 뿐 회복 없이 쌓아 올린다는 점은 똑같다.
하루 두 번 뛰는 더블런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건 계획된 더블런일 때의 이야기다. 아침저녁으로 나눠 총량을 관리하는 것과, 낮에 7km 뛰고 아쉬워서 오후에 10km를 붙이는 건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훈련이 아니라 충동이다.
베이런이 모자랐다고 느꼈다면, 정답은 그날 오후에 10km를 더 뛰는 게 아니라 다음에 베이런을 두 바퀴 도는 것이었다.

토요일 — 천천히 뛰려고 노력한 날
일요일에 트레일 25km가 잡혀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러닝의 목적은 명확했다. 기록이 아니라 몸을 푸는 것.
이런 러닝을 셰이크아웃(shakeout)이라고 부른다. 큰 러닝 전날에 짧고 가볍게 뛰어 몸을 깨워두는 것이다. 원칙은 하나,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9.41km, 정확히 1시간, 6:23/km.
문제는 천천히 뛰는데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수요일에 두 번 뛴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다. 목요일도 금요일도 아니고 사흘이 지난 토요일에 다리가 무거웠다.
무리한 러닝의 대가는 다음 날 오는 게 아니라, 사나흘 뒤에 온다.
페이스도 흥미롭다. 6:23/km는 수요일 베이런과 정확히 같은 숫자다. 그런데 체감은 전혀 달랐다. 베이런의 6:23은 편하게 나온 페이스였고, 토요일의 6:23은 의식적으로 눌렀는데도 힘들게 나온 페이스다.
같은 숫자가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스트라바에 기록되는 건 숫자뿐이고, 그게 편했는지 힘들었는지는 남지 않는다. 나중에 로그만 보면 “이 주는 꾸준히 잘 뛰었네” 같은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느낌을 따로 적어둬야 하는 이유다.

일요일 — 글렌브룩 트레일 25km
그리고 일요일 아침, 블루마운틴 글렌브룩(Glenbrook)에서 트레일 25km를 뛰었다.
- 거리: 24.97km
- 시간: 3시간 5분
- 누적 상승: 535m
7시에 도착해 몸을 풀고 주변을 구경했다. 출발은 8시.
Running Wild, 정말 작은 대회였다. 참가자가 200~300명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시드니 시내 로드 레이스의 수천 명 규모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처음엔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었는데, 뛰다 보니 오히려 좋았다. 출발선에서 밀리지도 않고 좁은 싱글트랙에서 정체되지도 않는다.

코스는 Euroka Camping Ground에서 시작해서 Mt Portal에서 돌고 다시 Euroka Walking Trail을 따라 나와서 Red Hand Cave (진짜 Red Hand가 찍혀있다). 그리고 The Oak Trail을 따라 내려가다 Bennett Ridge Fire Trail을 지나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트레일은 다른 세계다
첫째, 페이스라는 개념이 다르다. 로드에서는 5분대, 6분대 하며 페이스를 관리한다. 트레일에서는 그게 거의 의미가 없다. 오르막에서는 걷는 게 정답일 때가 많고, 기술적인 내리막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줄여야 한다. 평균은 7분대 중반이지만 그 안에는 4분대 구간도 10분이 넘는 구간도 있었을 것이다.
둘째, 비와 진흙이 모든 걸 바꾼다. 이날은 비가 왔고 땅이 미끄러웠다. 발을 디딜 때마다 판단이 필요하다. 어디를 밟을지, 얼마나 힘을 실을지. 로드에서는 몸이 자동으로 하던 일을 트레일에서는 계속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다리보다 머리가 먼저 지친다.
셋째, 사람들이 다르다. 퍼포먼스가 좋은 사람들,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끄러운 내리막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가는 걸 보면서 이건 체력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걸 알았다. 규모가 작은 대회일수록 이 종목을 오래 해온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도 알게 됐다.
2주 전과 비교하면
8월 2일에는 로드 30.25km를 3시간 24분에 뛰다가 무너졌다. 8월 16일에는 트레일 25km를 3시간 5분에, 비와 535m 오르막을 안고 완주했다. 무너지지 않았다.
거리도 노면도 달라 단순 비교는 안 된다. 로드 30km와 트레일 25km는 사실상 다른 종목이다. 그래도 2주 전 그 상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번 완주는 숫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주 내내 다리가 무거웠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와이프도 대단하다, 길게 뛰어본게 하프 21km 인데 이번에 트레일 25km를 완주했다!


이번 주에 배운 것
역설적이지만 몸이 무거웠던 게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초반에 욕심을 냈을 것이다. 8월 2일에 무너진 이유도 결국 초반 페이스였다. 이날은 처음부터 “무리하면 끝난다”는 걸 알고 출발했다. 미끄러운 노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빨리 갈 수 없으니 욕심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요일의 선택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건 여전히 실수였다. 다만 그 실수를 안고도 일요일에 25km를 제대로 끝냈다는 건, 지난 2주 사이에 뭔가 쌓이긴 했다는 뜻이다.
Three Bridges Run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지킬 것 세 가지를 적어둔다.
- 주중에 짧게라도 두 번은 나간다 — 8~10km, 편한 페이스로
- 롱런은 주 1회, 그 전날은 반드시 쉰다
- 아쉬움이 남아도 같은 날에 채우지 않는다
기록이 좋아지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계속 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요즘 계속 배우고 있다.
비를 맞으며 미끄러운 산길 25km를 3시간 넘게 뛰었고, 끝나고 든 생각은 “힘들었다”가 아니라 **”또 오고 싶다”**였다. 그 정도면 좋은 한 주였다고 해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