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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만의 30km,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든 주말

    지난주는 일이 몰려도 너무 몰렸다. 쉬울 줄 알았던 업무일수록 파고들면 변수가 튀어나왔고, 하나를 막으면 보강해야 할 곳이 또 하나 보였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러닝화를 한 번도 신지 못했다. 그리고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사흘을 연달아 뛰었다. 계획적인 배치가 아니라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한 쪽에 가까웠다.

    날짜거리시간페이스
    금 (7/31)8.74 km1:006:53 /km
    토 (8/1)12.09 km1:186:29 /km
    일 (8/2)30.25 km3:246:46 /km

    금요일 — 아주 좋았던 날

    금요일 아침은 정말 천천히 뛰었다. 심박수가 130대에서 얌전히 머물렀고, 홈부시 베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숨이 차지 않았다. 오랜만에 뛰는데도 몸이 가벼웠다. 그래서 조금 방심했던 것 같다. ‘아, 그래도 그동안 쌓아둔 게 있구나’ 하고.

    토요일 — 이상하게 힘들었던 날

    토요일 오후는 전혀 달랐다. 거리는 12km 남짓, 페이스는 오히려 금요일보다 빨랐는데 심박수는 계속 높은 곳에 붙어 있었고 몸이 무거웠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흘을 쉬다가 이틀째 연속으로 뛰고 있었으니까. 몸은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 신호를 ‘컨디션이 안 좋네’ 정도로만 읽고 넘겼다.

    일요일 — 30km, 무너진 지점

    일요일은 30km를 뛰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1년 만의 30km.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지금 내 몸이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전날 밤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러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고, 뭔가 챙겨 먹을 여유도 없이 그대로 문을 나섰다.

    초반은 좋았다. 좋다고 느낀 게 문제였다. 몸이 가볍다고 페이스를 조금씩 당겼고, 15km 지점부터 갑자기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제일 무서웠던 건 다리가 아니라 머릿속이었다. 아직 절반밖에 안 왔는데, 집까지 돌아갈 길을 떠올리니 그 거리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남은 15km가 숫자가 아니라 벽처럼 서 있었다.

    페이스를 많이 줄이고 어떻게든 붙어 보려 했지만, 24~25km부터는 팔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몇백 미터도 못 가서 멈추고, 쉬다가 걷다가 다시 뛰다가를 반복했다. 그렇게 30km를 채웠다. 채웠다기보다 겨우 끌고 왔다는 표현이 맞겠다.

    속상했던 이유, 그리고 다시 본 것

    1년 전 30km를 시도했을 때도 25km에서 무너졌다. 그 사이 나름대로 더 많이, 더 규칙적으로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15km에서 무너졌다. 그게 제일 속상했다. 1년 동안 뭘 했나 싶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기록을 다시 놓고 보니, 이건 체력이 후퇴했다는 증거로 읽기엔 조건이 너무 나빴다.

    • 월~목 나흘 공백 후 사흘 연속 러닝, 그 사흘의 마지막 날
    • 전날 잠을 거의 못 잔 상태
    • 아침 식사 없이, 별다른 보급 계획도 없이 3시간 반짜리 러닝 출발
    • 초반 오버페이스

    이 네 가지가 겹치면 누구라도 15km에서 흔들린다. 팔다리가 저렸던 것도 그냥 ‘힘들어서’가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 그리고 연료가 바닥났다는 신호에 가깝다. 같은 증상이 또 나오면 그때는 가볍게 넘기지 말고 한 번 진료를 받아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번 30km는 ‘내 체력이 이 정도구나’를 알려준 시험이 아니었다. 준비 없이 나가면 이렇게 된다를 알려준 시험이었다. 측정한 건 체력이 아니라 준비 상태였다.

    그렇다고 반성이 없는 건 아니다. 훈련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온 건 사실이고, 몰아서 뛰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 부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Three Bridges Run까지 두 달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이 남긴 숙제는 분명하다.

    첫째, 주중에 짧게라도 뛴다. 주말에 몰아서 51km를 뛰는 것보다, 평일에 5km씩 흩어 놓는 편이 훨씬 낫다. 일이 몰릴수록 30분짜리 러닝을 먼저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

    둘째, 롱런은 이벤트가 아니라 훈련으로 만든다. 오랜만에 큰 거리를 한 번 지르는 방식 말고, 20km대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고 완주한 20km가, 걸어서 채운 30km보다 몸에 훨씬 도움이 된다.

    셋째, 보급을 훈련의 일부로 넣는다. 출발 전 먹을 것, 뛰는 중에 먹을 것, 마실 것. 이번처럼 공복에 3시간 반을 버티겠다는 건 훈련이 아니라 도박이다. 레이스 당일에 처음 시도할 수는 없으니 롱런 때 미리 연습해 둬야 한다.

    넷째, 잠. 전날 밤 설레서 못 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평소 수면이 무너져 있으면 롱런은 그냥 무너진다.

    마무리

    주말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일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러닝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쉬울 줄 알았던 업무가 파고들수록 변수를 쏟아내는 것과, 자신 있던 30km가 15km에서 흔들리는 건 결국 같은 이야기 같다. 계획은 늘 실제보다 단순하고, 실제는 늘 계획보다 지저분하다.

    그래도 30km는 채웠다. 걸어서라도, 멈췄다 가면서라도 끝까지 갔다. 무너진 뒤에도 3시간 24분 동안 코스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번에 건진 하나다.

    두 달 뒤 Three Bridges Run에서는 이 글을 웃으면서 다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Road to Three Bridges #2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이번 주는 생각보다 많이 뛰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업무도 있었고, 일정도 조금 바빴다.

    하지만 스트라바를 보며 한 주를 돌아보니, 중요한 것은 거리보다 꾸준히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주는 첫 풀마라톤을 향한 훈련과 함께, 8월에 예정된 트레일 하프마라톤 준비도 조금씩 시작하는 한 주였다.


    수요일 – 예상보다 강했던 러닝

    이번 주 첫 러닝은 14.72km.

    원래는 편하게 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집에 조금 빨리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올리게 됐다.

    결국 평균 페이스는 5분 32초/km.

    평균 심박수도 161bpm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몸을 밀어보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러닝을 자주 하면 회복이 늦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목요일 – 회복 러닝

    다음 날은 와이프와 함께 6km를 천천히 달렸다.

    페이스는 6분 37초/km.

    몸은 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리가 무거웠다.

    전날 강한 러닝의 피로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요즘은 이런 것도 훈련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매일 컨디션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금요일 – 그냥 뛰고 싶었다

    금요일 아침.

    출근 전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포스트 오피스에 갈 일도 있었고,

    ‘겸사겸사 뛰어서 다녀오자.’

    그렇게 시작한 러닝이 어느새 10km가 됐다.

    평균 페이스는 5분 35초/km.

    평균 심박수는 164bpm.

    목요일보다 몸 상태는 좋아졌지만,

    이번에도 생각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돌아보면 이번 주는 거리보다 강도가 높은 한 주였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강약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주 현재까지

    • 수요일 : 14.72km
    • 목요일 : 6.00km
    • 금요일 : 10.00km

    현재까지 30.72km.

    많이 못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말은 글랜브룩으로

    이번 주말에는 다시 글랜브룩으로 향한다.

    9월의 첫 풀마라톤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8월에는 트레일 하프마라톤도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은 로드와 전혀 다른 운동이다.

    오르막에서는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돌길과 계단에서는 발을 어디에 디딜지 계속 집중해야 한다.

    페이스보다 시간을 버티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로드에서는 기록을,

    트레일에서는 자연을 즐기는 마음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거리보다는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다녀오는 것이 목표다.


    조금씩, 하지만 멈추지 않고

    풀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좋은 훈련 한 번보다

    꾸준한 훈련 열 번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강도가 조금 높았던 날도 있었고,

    회복이 생각보다 더뎠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도 결국은 첫 풀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결승선이 아니라,

    그곳까지 이어지는 매일의 한 걸음이다.


    이번 주 훈련 기록

    날짜훈련기록
    수요일Road Run14.72km · 5:32/km
    목요일Recovery Run6.00km · 6:37/km
    금요일Morning Run10.00km · 5:35/km
    토요일(예정)Glenbrook Trail트레일 러닝
    일요일컨디션에 따라 회복 또는 이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