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마음을 회복하는 15km
지난주는 우리 부부에게 정말 쉽지 않은 한 주였다.
아내는 직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큰 일을 겪었다. 오랫동안 준비된 컴플레인을 단 며칠 만에 정리하고 대응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렸다. 나 역시 옆에서 함께 자료를 준비하며 도와주었지만, 과연 충분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둘 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밥도 대충 먹었고, 운동은 당연히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래도 다행히 금요일이 지나면서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이제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만 생각했다.
이번 주말만큼은 쉬자.
늦잠을 자려 했지만 몸은 이미 적응해 있었다.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늦잠을 자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칠 동안 계속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해서인지, 둘 다 새벽 5시쯤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몸은 이미 지난 며칠의 생활에 적응해 버린 것 같았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지난 일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자료는 충분했을까.’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은 없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아내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토요일 아침부터 회사 일을 조금 들여다보고 있었다.
참, 둘 다 쉽게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자연으로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트레일러닝을 가기 싫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조금 설득했다.
“조금만 다녀오자.”
준비를 마치고 Blue Mountains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 휴게소에 들러 Oporto에서 아침을 먹었다.
별것 아닌 식사였지만 이상하게 맛있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아내가 말했다.
“내 마음은 아직 흐린데, 오늘 날씨는 정말 좋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아팠다.
회복은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

Glenbrook Trail
Glenbrook은 Wentworth Point에서 약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Blue Mountains National Park 안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주차장도 넓은 편이다.
National Parks Annual Pass가 있다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하루 8달러면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코스는 약 14.5km, 누적 상승고도는 344m.
처음에는 내리막이라 가볍게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오르막이 이어졌다.
아내는 걷고 뛰기를 반복했고,
나는 이번에는 최대한 걷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숨은 차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올라갔다.



자연이 주는 회복
트레일을 달리며 숲 냄새를 맡는 순간,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조금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아.”
그 말이 참 고마웠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날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이곳까지 올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길을 함께 달릴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였다.

15km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날씨는 완벽했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달렸다.
그렇게 걷고 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15km가 끝나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이번 러닝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회복하기 위한 달리기였다.


Learn Run Grow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어쩌면 오늘과 비슷하다.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매일 배우고,
조금씩 성장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
트레일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
삶도 늘 평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결국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트레일에서 배웠다.
앞으로 이곳에는 트레일러닝 이야기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공부, 투자, 그리고 호주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Learn. Run. Grow.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