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Daily Running

  • 8월 둘째 주 러닝 기록 — 실수 하나, 그리고 글렌브룩 트레일 25km

    이번 주는 다섯 번 뛰었고 총 62.46km를 달렸다. 시간으로는 약 6시간 56분.

    숫자만 보면 알찬 한 주지만, 실제로는 실수 하나와 그 실수를 안고 끝낸 트레일 25km에 대한 이야기다. 순서대로 적어본다.

    날짜내용거리페이스느낌
    8/11 (화)저녁 러닝10.81km5:26/km좋았음
    8/12 (수) 낮베이런 (첫 코스)7.25km6:23/km편했음
    8/12 (수) 오후뉴잉턴 왕복10.02km6:39/km무거웠음
    8/15 (토)셰이크아웃9.41km6:23/km여전히 무거웠음
    8/16 (일)글렌브룩 트레일24.97km3h05m / +535m완주

    화요일 — 무너진 다음의 10km

    8월 2일에 1년 만에 30km를 뛰었다가 몸이 무너진 적이 있다. 15km부터 삐걱거렸고 24~25km에서는 팔다리에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3시간 24분, 6:46/km. 완주는 했지만 몸에 남은 기억은 붕괴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9일 뒤, 퇴근하고 저녁에 나갔다. Wentworth Point에서 출발해 Homebush Bay Drive를 따라 내려갔다가 Sydney Olympic Park를 크게 돌아오는, 늘 뛰던 코스다.

    10.81km, 58분 39초, 5:26/km.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중간에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았고 다음 날까지 남는 피로도 없었다. 10km를 5분 30초 안쪽으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번 주에 가장 잘 뛴 러닝이었다. 그리고 이 뒤로는 계속 내려갔다.


    수요일 낮 — 처음 가본 베이런

    수요일에 하루 쉬었다. 오전에 밀린 볼일을 처리하고 버큰헤드 포인트(Birkenhead Point)에 들러 잠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 즈음, 와이프와 함께 베이런(Bay Run)에 나섰다. 이름만 수없이 들었지 실제로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아이언 코브(Iron Cove)를 한 바퀴 도는 약 7km 순환 코스다. Drummoyne, Rodd Point, Leichhardt, Lilyfield를 지나며 물을 계속 옆에 두고 달린다. 시드니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유를 뛰어보고 알았다.

    • 신호에 끊기지 않는다. 한 바퀴 도는 동안 멈출 지점이 거의 없다.
    • 거리 계산이 쉽다. 한 바퀴 7km 남짓이라 두 바퀴면 14km, 세 바퀴면 하프에 가깝다.
    • 경사가 완만하다.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좋다.

    날씨는 좋지 않았다. 비가 오고 쌀쌀했다. 출발 전에는 “이럴 거면 그냥 집에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뛰니 나쁘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사람이 적어 코스가 한산하고, 체온이 쉽게 오르지 않아 오히려 페이스 유지가 편하다. 시드니의 겨울 러닝은 이런 날씨를 피하기 시작하면 뛸 수 있는 날이 확 줄어든다.

    7.25km, 46분 18초, 6:23/km.

    같이 뛰는 러닝이었고 처음 가보는 코스였으니 기록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문제는 끝나고 남은 생각이었다.

    “조금 모자란데 ㅋㅋㅋ. 더 잘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요일 오후 — 아쉬움이 만든 10km

    오후 늦게 와이프가 치료 마사지 예약이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고, 낮에 남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나갔다.

    Wentworth Point에서 Sarah Durack Avenue를 따라 Newington 쪽으로 내려갔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

    10.02km, 1시간 6분, 6:39/km.

    결과부터 말하면 몸이 정말 무거웠다. 낮에 뛴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았다. 아쉬워서 나간 러닝인데 낮보다 16초 느렸다.

    이날 하루 총 17.27km. 숫자로는 알찬 하루다. 그런데 뛰는 내내 든 생각은 “이게 훈련이 맞나”였다.

    8월 2일에 무너진 이유와 같은 패턴이다. 그때는 주중에 못 뛴 걸 주말 3일에 몰아서 채우려다 망쳤다. 이번엔 낮에 아쉬웠다고 몇 시간 뒤에 바로 채우려 했다. 규모만 다를 뿐 회복 없이 쌓아 올린다는 점은 똑같다.

    하루 두 번 뛰는 더블런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건 계획된 더블런일 때의 이야기다. 아침저녁으로 나눠 총량을 관리하는 것과, 낮에 7km 뛰고 아쉬워서 오후에 10km를 붙이는 건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훈련이 아니라 충동이다.

    베이런이 모자랐다고 느꼈다면, 정답은 그날 오후에 10km를 더 뛰는 게 아니라 다음에 베이런을 두 바퀴 도는 것이었다.


    토요일 — 천천히 뛰려고 노력한 날

    일요일에 트레일 25km가 잡혀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러닝의 목적은 명확했다. 기록이 아니라 몸을 푸는 것.

    이런 러닝을 셰이크아웃(shakeout)이라고 부른다. 큰 러닝 전날에 짧고 가볍게 뛰어 몸을 깨워두는 것이다. 원칙은 하나,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9.41km, 정확히 1시간, 6:23/km.

    문제는 천천히 뛰는데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수요일에 두 번 뛴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다. 목요일도 금요일도 아니고 사흘이 지난 토요일에 다리가 무거웠다.

    무리한 러닝의 대가는 다음 날 오는 게 아니라, 사나흘 뒤에 온다.

    페이스도 흥미롭다. 6:23/km는 수요일 베이런과 정확히 같은 숫자다. 그런데 체감은 전혀 달랐다. 베이런의 6:23은 편하게 나온 페이스였고, 토요일의 6:23은 의식적으로 눌렀는데도 힘들게 나온 페이스다.

    같은 숫자가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스트라바에 기록되는 건 숫자뿐이고, 그게 편했는지 힘들었는지는 남지 않는다. 나중에 로그만 보면 “이 주는 꾸준히 잘 뛰었네” 같은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느낌을 따로 적어둬야 하는 이유다.


    일요일 — 글렌브룩 트레일 25km

    그리고 일요일 아침, 블루마운틴 글렌브룩(Glenbrook)에서 트레일 25km를 뛰었다.

    • 거리: 24.97km
    • 시간: 3시간 5분
    • 누적 상승: 535m

    7시에 도착해 몸을 풀고 주변을 구경했다. 출발은 8시.

    Running Wild, 정말 작은 대회였다. 참가자가 200~300명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시드니 시내 로드 레이스의 수천 명 규모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처음엔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었는데, 뛰다 보니 오히려 좋았다. 출발선에서 밀리지도 않고 좁은 싱글트랙에서 정체되지도 않는다.

    코스는 Euroka Camping Ground에서 시작해서 Mt Portal에서 돌고 다시 Euroka Walking Trail을 따라 나와서 Red Hand Cave (진짜 Red Hand가 찍혀있다). 그리고 The Oak Trail을 따라 내려가다 Bennett Ridge Fire Trail을 지나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트레일은 다른 세계다

    첫째, 페이스라는 개념이 다르다. 로드에서는 5분대, 6분대 하며 페이스를 관리한다. 트레일에서는 그게 거의 의미가 없다. 오르막에서는 걷는 게 정답일 때가 많고, 기술적인 내리막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줄여야 한다. 평균은 7분대 중반이지만 그 안에는 4분대 구간도 10분이 넘는 구간도 있었을 것이다.

    둘째, 비와 진흙이 모든 걸 바꾼다. 이날은 비가 왔고 땅이 미끄러웠다. 발을 디딜 때마다 판단이 필요하다. 어디를 밟을지, 얼마나 힘을 실을지. 로드에서는 몸이 자동으로 하던 일을 트레일에서는 계속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다리보다 머리가 먼저 지친다.

    셋째, 사람들이 다르다. 퍼포먼스가 좋은 사람들,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끄러운 내리막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가는 걸 보면서 이건 체력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걸 알았다. 규모가 작은 대회일수록 이 종목을 오래 해온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도 알게 됐다.

    2주 전과 비교하면

    8월 2일에는 로드 30.25km를 3시간 24분에 뛰다가 무너졌다. 8월 16일에는 트레일 25km를 3시간 5분에, 비와 535m 오르막을 안고 완주했다. 무너지지 않았다.

    거리도 노면도 달라 단순 비교는 안 된다. 로드 30km와 트레일 25km는 사실상 다른 종목이다. 그래도 2주 전 그 상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번 완주는 숫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주 내내 다리가 무거웠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와이프도 대단하다, 길게 뛰어본게 하프 21km 인데 이번에 트레일 25km를 완주했다!


    이번 주에 배운 것

    역설적이지만 몸이 무거웠던 게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초반에 욕심을 냈을 것이다. 8월 2일에 무너진 이유도 결국 초반 페이스였다. 이날은 처음부터 “무리하면 끝난다”는 걸 알고 출발했다. 미끄러운 노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빨리 갈 수 없으니 욕심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요일의 선택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건 여전히 실수였다. 다만 그 실수를 안고도 일요일에 25km를 제대로 끝냈다는 건, 지난 2주 사이에 뭔가 쌓이긴 했다는 뜻이다.

    Three Bridges Run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지킬 것 세 가지를 적어둔다.

    1. 주중에 짧게라도 두 번은 나간다 — 8~10km, 편한 페이스로
    2. 롱런은 주 1회, 그 전날은 반드시 쉰다
    3. 아쉬움이 남아도 같은 날에 채우지 않는다

    기록이 좋아지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계속 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요즘 계속 배우고 있다.

    비를 맞으며 미끄러운 산길 25km를 3시간 넘게 뛰었고, 끝나고 든 생각은 “힘들었다”가 아니라 **”또 오고 싶다”**였다. 그 정도면 좋은 한 주였다고 해도 될 것 같다.

  • 1년 만의 30km,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든 주말

    지난주는 일이 몰려도 너무 몰렸다. 쉬울 줄 알았던 업무일수록 파고들면 변수가 튀어나왔고, 하나를 막으면 보강해야 할 곳이 또 하나 보였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러닝화를 한 번도 신지 못했다. 그리고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사흘을 연달아 뛰었다. 계획적인 배치가 아니라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한 쪽에 가까웠다.

    날짜거리시간페이스
    금 (7/31)8.74 km1:006:53 /km
    토 (8/1)12.09 km1:186:29 /km
    일 (8/2)30.25 km3:246:46 /km

    금요일 — 아주 좋았던 날

    금요일 아침은 정말 천천히 뛰었다. 심박수가 130대에서 얌전히 머물렀고, 홈부시 베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숨이 차지 않았다. 오랜만에 뛰는데도 몸이 가벼웠다. 그래서 조금 방심했던 것 같다. ‘아, 그래도 그동안 쌓아둔 게 있구나’ 하고.

    토요일 — 이상하게 힘들었던 날

    토요일 오후는 전혀 달랐다. 거리는 12km 남짓, 페이스는 오히려 금요일보다 빨랐는데 심박수는 계속 높은 곳에 붙어 있었고 몸이 무거웠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흘을 쉬다가 이틀째 연속으로 뛰고 있었으니까. 몸은 정직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 신호를 ‘컨디션이 안 좋네’ 정도로만 읽고 넘겼다.

    일요일 — 30km, 무너진 지점

    일요일은 30km를 뛰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1년 만의 30km.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지금 내 몸이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전날 밤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러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고, 뭔가 챙겨 먹을 여유도 없이 그대로 문을 나섰다.

    초반은 좋았다. 좋다고 느낀 게 문제였다. 몸이 가볍다고 페이스를 조금씩 당겼고, 15km 지점부터 갑자기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제일 무서웠던 건 다리가 아니라 머릿속이었다. 아직 절반밖에 안 왔는데, 집까지 돌아갈 길을 떠올리니 그 거리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남은 15km가 숫자가 아니라 벽처럼 서 있었다.

    페이스를 많이 줄이고 어떻게든 붙어 보려 했지만, 24~25km부터는 팔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몇백 미터도 못 가서 멈추고, 쉬다가 걷다가 다시 뛰다가를 반복했다. 그렇게 30km를 채웠다. 채웠다기보다 겨우 끌고 왔다는 표현이 맞겠다.

    속상했던 이유, 그리고 다시 본 것

    1년 전 30km를 시도했을 때도 25km에서 무너졌다. 그 사이 나름대로 더 많이, 더 규칙적으로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15km에서 무너졌다. 그게 제일 속상했다. 1년 동안 뭘 했나 싶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기록을 다시 놓고 보니, 이건 체력이 후퇴했다는 증거로 읽기엔 조건이 너무 나빴다.

    • 월~목 나흘 공백 후 사흘 연속 러닝, 그 사흘의 마지막 날
    • 전날 잠을 거의 못 잔 상태
    • 아침 식사 없이, 별다른 보급 계획도 없이 3시간 반짜리 러닝 출발
    • 초반 오버페이스

    이 네 가지가 겹치면 누구라도 15km에서 흔들린다. 팔다리가 저렸던 것도 그냥 ‘힘들어서’가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 그리고 연료가 바닥났다는 신호에 가깝다. 같은 증상이 또 나오면 그때는 가볍게 넘기지 말고 한 번 진료를 받아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번 30km는 ‘내 체력이 이 정도구나’를 알려준 시험이 아니었다. 준비 없이 나가면 이렇게 된다를 알려준 시험이었다. 측정한 건 체력이 아니라 준비 상태였다.

    그렇다고 반성이 없는 건 아니다. 훈련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온 건 사실이고, 몰아서 뛰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 부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Three Bridges Run까지 두 달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이 남긴 숙제는 분명하다.

    첫째, 주중에 짧게라도 뛴다. 주말에 몰아서 51km를 뛰는 것보다, 평일에 5km씩 흩어 놓는 편이 훨씬 낫다. 일이 몰릴수록 30분짜리 러닝을 먼저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

    둘째, 롱런은 이벤트가 아니라 훈련으로 만든다. 오랜만에 큰 거리를 한 번 지르는 방식 말고, 20km대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고 완주한 20km가, 걸어서 채운 30km보다 몸에 훨씬 도움이 된다.

    셋째, 보급을 훈련의 일부로 넣는다. 출발 전 먹을 것, 뛰는 중에 먹을 것, 마실 것. 이번처럼 공복에 3시간 반을 버티겠다는 건 훈련이 아니라 도박이다. 레이스 당일에 처음 시도할 수는 없으니 롱런 때 미리 연습해 둬야 한다.

    넷째, 잠. 전날 밤 설레서 못 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평소 수면이 무너져 있으면 롱런은 그냥 무너진다.

    마무리

    주말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일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러닝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쉬울 줄 알았던 업무가 파고들수록 변수를 쏟아내는 것과, 자신 있던 30km가 15km에서 흔들리는 건 결국 같은 이야기 같다. 계획은 늘 실제보다 단순하고, 실제는 늘 계획보다 지저분하다.

    그래도 30km는 채웠다. 걸어서라도, 멈췄다 가면서라도 끝까지 갔다. 무너진 뒤에도 3시간 24분 동안 코스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번에 건진 하나다.

    두 달 뒤 Three Bridges Run에서는 이 글을 웃으면서 다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Road to Three Bridges #2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이번 주는 생각보다 많이 뛰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업무도 있었고, 일정도 조금 바빴다.

    하지만 스트라바를 보며 한 주를 돌아보니, 중요한 것은 거리보다 꾸준히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주는 첫 풀마라톤을 향한 훈련과 함께, 8월에 예정된 트레일 하프마라톤 준비도 조금씩 시작하는 한 주였다.


    수요일 – 예상보다 강했던 러닝

    이번 주 첫 러닝은 14.72km.

    원래는 편하게 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집에 조금 빨리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올리게 됐다.

    결국 평균 페이스는 5분 32초/km.

    평균 심박수도 161bpm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몸을 밀어보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러닝을 자주 하면 회복이 늦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목요일 – 회복 러닝

    다음 날은 와이프와 함께 6km를 천천히 달렸다.

    페이스는 6분 37초/km.

    몸은 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리가 무거웠다.

    전날 강한 러닝의 피로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요즘은 이런 것도 훈련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매일 컨디션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금요일 – 그냥 뛰고 싶었다

    금요일 아침.

    출근 전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포스트 오피스에 갈 일도 있었고,

    ‘겸사겸사 뛰어서 다녀오자.’

    그렇게 시작한 러닝이 어느새 10km가 됐다.

    평균 페이스는 5분 35초/km.

    평균 심박수는 164bpm.

    목요일보다 몸 상태는 좋아졌지만,

    이번에도 생각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돌아보면 이번 주는 거리보다 강도가 높은 한 주였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강약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주 현재까지

    • 수요일 : 14.72km
    • 목요일 : 6.00km
    • 금요일 : 10.00km

    현재까지 30.72km.

    많이 못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말은 글랜브룩으로

    이번 주말에는 다시 글랜브룩으로 향한다.

    9월의 첫 풀마라톤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8월에는 트레일 하프마라톤도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은 로드와 전혀 다른 운동이다.

    오르막에서는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돌길과 계단에서는 발을 어디에 디딜지 계속 집중해야 한다.

    페이스보다 시간을 버티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로드에서는 기록을,

    트레일에서는 자연을 즐기는 마음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거리보다는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다녀오는 것이 목표다.


    조금씩, 하지만 멈추지 않고

    풀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좋은 훈련 한 번보다

    꾸준한 훈련 열 번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강도가 조금 높았던 날도 있었고,

    회복이 생각보다 더뎠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도 결국은 첫 풀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결승선이 아니라,

    그곳까지 이어지는 매일의 한 걸음이다.


    이번 주 훈련 기록

    날짜훈련기록
    수요일Road Run14.72km · 5:32/km
    목요일Recovery Run6.00km · 6:37/km
    금요일Morning Run10.00km · 5:35/km
    토요일(예정)Glenbrook Trail트레일 러닝
    일요일컨디션에 따라 회복 또는 이지런

  • Road to Three Bridges #1

    첫 걸음,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하프마라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첫 풀마라톤 훈련을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 하프마라톤은 기록을 노리는 레이스가 아니라, 훈련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마음 편하게 즐기는 러닝이었다.

    무엇보다 오늘은 와이프와 함께 달렸다.

    기록보다 서로의 페이스를 맞추며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함께 달리는 즐거움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많은 시간을 혼자 달렸다.

    혼자 달리는 시간도 좋지만, 오늘처럼 누군가와 같은 속도로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는 러닝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와이프 페이스에 맞춰 달렸다.

    빠르게 치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기록을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오직 함께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결승선을 함께 통과하는 순간,

    ‘오늘 정말 잘 뛰었다.’

    라는 생각보다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오늘의 기록

    🏃 거리 : 21.17km

    ⏱ 시간 : 2시간 21분 49초

    ⚡ 평균 페이스 : 6분 42초/km

    ❤️ 평균 심박수 : 151bpm

    ⛰️ 누적 상승 : 108m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9km 부근 오르막에서 잠시 속도가 떨어졌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러닝이었다.

    기록보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즐겁게 달린 것이 오늘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작은 보상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원한 아사히 맥주 한 잔이었다.

    그리고 라면과 김밥.

    평소 훈련이라면 조금 더 신경 썼겠지만, 오늘만큼은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이런 작은 보상이 있어야 꾸준히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음 주부터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식단도 관리해 볼 예정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오늘 하프마라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음 주부터는 Three Bridges Run 풀마라톤을 목표로 약 10주간의 훈련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준비해 보려고 한다.

    나는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마라톤도 단순히 감으로 뛰기보다 데이터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준비해 볼 생각이다.

    매일의 러닝 거리와 페이스, 심박수, 식단, 수면, 몸 상태까지 기록하며 어떤 훈련이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하나씩 확인해 보려 한다.

    좋은 날도 있을 것이고,

    힘든 날도 있을 것이다.

    아마 중간에 슬럼프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

    이번 목표는 단순히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이 아니다.

    부상 없이, 꾸준히, 즐겁게 훈련해서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출발선에 서는 것.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지금 이 첫 번째 글을 다시 읽으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Road to Three Bridges.

    이제 진짜 시작이다.

  • 이번 주 러닝 기록

    이번 주는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 뛰었다. 둘 다 홈부시 베이 쪽 익숙한 코스였는데, 하루는 몸이 힘들었고 하루는 상황이 힘들었다.

    화요일 — 욕심이 앞섰던 15km

    화요일 오후에는 15.83km를 뛰었다. 1시간 25분, 평균 페이스 5:24.

    처음 몇 킬로가 생각보다 가볍게 나왔다. 그러면 꼭 그렇게 된다. 이 정도면 조금 더 밀어붙여도 되겠는데,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래서 평소보다 페이스를 당겨서 갔다.

    당연히 대가는 막판에 치렀다. 마지막 몇 킬로에서 다리가 확 무거워졌고, 처음의 그 가벼움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크게 무너지지 않고 들어온 걸 보면, 몸이 아주 준비가 안 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목요일 — 비

    목요일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고생이었다.

    저녁에 나갔는데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처음엔 그래, 이 정도는 운치 있지, 싶었다.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안 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후레쉬를 안 챙겨 나갔다. 해가 지고 나니 길이 제대로 안 보이는데, 비까지 오니 바닥 상태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두운 바닥에 물이 고여 있으면 그게 얕은 웅덩이인지 발목까지 빠지는 곳인지 밟아보기 전엔 모른다. 몇 번 그냥 첨벙 밟았고, 신발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젖은 신발로 뛰어본 사람은 알 거다. 무겁고, 질척거리고, 발이 안에서 논다.

    9.61km에 1시간 2분, 페이스 6:33. 숫자만 보면 느린 조깅이지만, 그날의 체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끝나고 신발을 벗는데 물이 주르륵 나왔다.

    겨울 저녁에 나갈 땐 후레쉬부터 챙기자.

    토요일과 일요일

    토요일에는 가볍게 한 번 나갈 생각이다. 짧고 편하게, 몸만 풀어주는 정도로.

    일요일에는 하프마라톤이 있다. 다만 이번엔 기록을 노리고 나가는 게 아니다. 와이프랑 같이 가볍게 완주하는 게 목표다. 게다가 와이프가 이번 주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아마 평소보다 훨씬 더 천천히 갈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 조금 아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마음이 별로 안 든다. 화요일처럼 이 악물고 페이스를 당기는 날도 필요하고, 일요일처럼 그냥 옆에 나란히 달리는 날도 필요하다. 둘 다 러닝이다.

    주말은 그냥 즐기고 오려고 한다.

  • 목표 없이, 그저 꾸준히

    목표 없이, 그저 꾸준히

    오늘 아침엔 언덕을 오르내렸다. 10km, 사실상 언덕 훈련이었다.

    지난 며칠 비가 내린 탓에 길은 아직 조금 젖어 있었지만,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춥지도 않고, 아침 공기가 딱 달리기 좋은 정도였다.

    이렇게 아침에 달릴 수 있는 건 재택근무 덕분이다. 내년부터는 재택근무가 복지에서 빠진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지만, 지금 이렇게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남은 기간만큼은 이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써보려 한다.

    주말 트레일 러닝 이후로, 오늘이 이번 주 첫 훈련이었다. 사실 지금은 뚜렷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꾸준히 몸을 움직이자는 마음, 그것 하나다. 요즘 회사에서 받는 압박이 적진 않지만, 그래도 이 꾸준함만큼은 놓고 싶지 않았다.

    처음 1~2km는 역시 쉽지 않았다. 심박수가 170~180까지 치솟는 게 느껴졌다. 몸이 아직 덜 풀린 탓이다. 그러다 조금 지나니 140~150 사이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늘 이 초반 구간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오늘은 언덕 훈련이었는데, 사실 우리 동네엔 제대로 된 언덕 코스가 없다. 그래서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하기로 했다. 오르막을 오르고, 내려오고, 다시 오르고… 그렇게 일곱 바퀴쯤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뭔가 충분하지 않은 느낌은 남았다. 더 달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침에 이렇게 시간을 내서 달릴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 지금은 그저 계속 움직이는 것, 멈추지 않는 것. 그거면 된다.

    오늘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다.